2015년 12월 12일 토요일

기분의 힐링보다 중요한 것 -공유-


기분의 힐링보다 중요한 것 


치킨을 시켜 먹다 말고 컴퓨터 앞에 둔 채로 이틀을 보냈다. 같이 묻혀있던 감자튀김을 슬쩍 들어보았는데, 솜사탕 기계에서 뽑혀 나오는 하늘하늘한 설탕실 같은 곰팡이가 피어있다.

    '하. 음식이 상하긴 상하는구나.'

옷가지가 너저분하게 흐트러져있는 방에서 곰팡이 핀 감자튀김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언짢다. 방치된 존재는 그냥 그렇게 되어지는대로 못나게 되는 것이다. 대체 내 관심의 영역은 얼마나 좁단 말인 건지. 싱크대 거름망에서 찌르듯이 올라오는 시큼한 악취와 욕실의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냄새도 맡았다. 이제 언짢음이 위기감으로 바뀐다.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겠다.

이런 기분이면 어김없이 내 인생마저 방치되어 있다고 느껴버린다. 방이 어지러진 것과 인생이 방치된 것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무슨 인과관계가 있는지 따지는 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 느낌이 바로 그 느낌이다. 그 기분이 내 인생을 평가해버린다. 그 평가가 좋을 리가 없다. 스스로 내리는 못난 나에 대한 평가는 또 기분 좋을리가 없다. 그래서 그 느낌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 또한 시작된다.

    "자 힐링을 하자, 떠나자."

이 해괴한 논리는 뭔가. 그 말도 안 되는 논리에 날 묶어야 하나.

기분 나쁨은, 곰팡이와 너저분한 옷가지와 악취에 의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카페에 앉아 적당히 부드럽고 목넘김이 편한 커피를 마시면서 에어컨의 쾌적한 바람에 피부가 까실까실해짐을 느끼며 아름다운 인터페이스의 일기 어플을 전체 화면으로 해놓고 글만 쓰고 있는 지금의 이 기분은 한 시간 전의 아까와 어마어마하게 다르다. 행복할 정도이지 않나. 기분아. 자 이제 내 인생을 평가해보라. 뭐라고 평가할 것인가.

상황마다 바뀌고 시간마다 바뀌는 근본 없는 기분 따위에 흔들리고 싶지 않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거, 기분 나쁨과 좋음에 상관없는 뭔가 다른 어떤 느낌으로 살아간다는 거, 변하지 않는 무엇이 인생을 이끌고 있다는 확신, 허리케인이 에워싸고 때려대도 벙커 속에 있음으로 느끼는 안전함.

겨우 기분이나 푸는 힐링을 할 게 아니다. 언제까지 힐링의 끝자락에서 일상 복귀의 공포를 느껴야 하나. 시선을 돌려라. 인생 자체의 흔들림을 잡아줄, 힐링으로 무엇을 해본들 느껴질 수밖에 없는 공허함을 채워줄 그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By 가브로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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